[데스크 칼럼] 국회 문 닫은 채 민생 외쳐본들

입력 2022-06-15 17:27   수정 2022-06-16 00:16

입법부 공백 상태가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다. 21대 국회 전반기 회기가 지난달 29일 끝났지만, 후반기 원(院) 구성은 하세월이다. 국회의장 선출도, 상임위원장 배분도 늦어지고 있다. 여야의 ‘네 탓 공방’만 매일 들려온다.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이 많다. 후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주기로 한 약속을 뒤집은 탓이다. 여러 이유를 대고 있지만, 근저에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 때 중재안 합의를 파기한 것은 국민의힘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왜 우리만 약속을 지켜야 하느냐’는 것이다.

국정을 책임질 여당이 된 국민의힘도 의지가 커 보이지는 않는다. 당장 경제위기 극복과 규제개혁을 위한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도 말이다. “약속 파기는 저쪽이 했고, 국회 파행이 지속되면 결국 민심이 민주당에서 더 멀어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입법부 공백' 피해는 국민 몫
전반기 국회는 지난달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강행으로 끝이 났다. 국민들 기억 속에 전반기 회기의 마지막 장면은 ‘막장’과 ‘아수라장’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일까. 국회가 열리지 않으니 세상이 조용하고, 나쁠 게 없지 않으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입법부 공백의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화물연대 파업에 미리 대응하지 못해 산업계 피해를 키웠고,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상임위 차원의 대응도 이뤄지지 않았다. 손실과 피해가 잇따르는 가상자산 시장 관련 규제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인사청문회는 또 어떤가. 청문회엔 여야의 정략이 반영되고, 과도한 사생활 침해 등과 같은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청문회는 국무위원의 자질과 능력을 국민 대신 검증하는 국회의 핵심적인 활동이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전임 후보자가 각종 의혹으로 자진사퇴한 뒤 새로 지명됐다. 따져봐야 할 게 많다. 언론에서 제기한 여러 의혹에 대한 해명을 직접 들어봐야 한다. 국가의 미래가 걸린 교육과 보건·복지 행정의 적임자인지도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법사위원장 양보가 상책일 수도
입법부 공백이 계속되는 사이 가계와 기업의 주름살은 깊어지고 있다.

물가 대응 등 각종 민생 현안이 뒤로 밀리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자 여야는 최근 당내에 별도 기구를 꾸렸다. 국민의힘은 ‘물가민생안정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민주당도 ‘민생우선실천단’을 띄웠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생활물가에 정부가 기민하게 대처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여야가 ‘민생 챙기기’에 나섰다는 소식에도 반응은 싸늘하다. “본업은 내팽개치고 뭘 하겠다는 것인가. 국회부터 열어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실제로 여야는 특위나 실천단을 발족한 날에도 다음 총선 공천 룰과 당권 다툼을 이어갔다.

다시 법사위원장 얘기로 돌아와 보자. 전향적으로 생각할 수 없을까. 먼저 양보하는 게 오히려 상책일 수 있다. 민주당은 다시 입법으로 폭주했다가는 다음 총선에서도 패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권을 잡은 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 자리를 넘기고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양보하는 것도 묘수가 될 수 있다. 국회의장 법사위원장을 모두 내주고, 협치의 부담을 넘겨버리는 것이다. 양당이 어떤 전략으로 원 구성 협상을 이어갈지 궁금해진다. 당장 지는 것처럼 보여도 나중엔 그게 이기는 길일 수 있다. 2024년 총선을 생각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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